6G 시대, 왜 XR 기기가 핵심이 되는가?

Google Headset and Smart Glasses Examples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결정적 계기는 4G의 도입이었다. 3G는 기술적으로 ‘데이터 통신’을 가능케 했지만, 소비자가 이를 체감하긴 어려웠다. 반면 4G는 고해상도 영상 스트리밍, 실시간 게임, SNS 활성화 등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냈고, 이 경험을 가능케 한 중심에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발전이 있었다. 화면이 커지고 선명해지고 반응 속도가 빨라지면서 네트워크 속도의 진보가 일상 속 경험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제 통신 산업은 2030년 전후를 목표로 한 6G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6G는 4G보다 최대 100배 빠른 속도(최대 1Tbps)와 1ms 이하 지연시간, 그리고 광대역 초연결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속도는 단순한 콘텐츠 다운로드나 영상 시청으로는 체감하기 어렵다. 6G의 속도와 저지연 특성을 실감나게 ‘경험’하게 만드는 유일한 인터페이스는 XR(eXtended Reality), 즉 확장현실 기기다.
XR은 AR·VR·MR을 포함하며, 6G의 핵심 서비스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구현할 XR 기기들은 여전히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경량화, 발열 제어, 광학계 구성 등 다양한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XR 체감 품질의 중심이다. 단안 기준으로 2000×2000 이상의 해상도, 100PPD 이상의 픽셀 밀도, 그리고 AR 기준 5,000~10,000nit 이상의 고휘도가 요구되며, 이는 일반 스마트폰 수준을 크게 초월한다.
현재 주요 XR 기업과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다음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
- Google은 2024년 I/O를 통해 Android XR 플랫폼을 공개하고, XR 헤드셋과 스마트글래스를 개발 중이다. 특히 스마트글래스에는 엑스리얼(XREAL)이 공급하는 OLEDoS 기반 디스플레이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oogle의 XR 전략은 Apple Vision Pro를 겨냥해 플랫폼-하드웨어-콘텐츠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Apple은 OLEDoS를 사용한 Vision Pro로 프리미엄 XR 시장을 선점했으며, 후속 모델에서도 동일한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 삼성은 OLEDoS, LEDoS 기술을 중심으로 XR용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며, 삼성전자의 XR 헤드셋, 스마트 글래스에 탑재될 예정이다.
- LG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OLEDoS 핵심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BOE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OLEDoS를 양산하고 있으며, 현지 XR 스타트업 및 글로벌 파트너사에 공급하고 있다.
- JBD는 LEDoS 기반의 초고휘도 디스플레이를 소형 AR 기기에 적용하고 있으며, 10만nit 이상의 휘도 구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XR 기기용 디스플레이는 OLEDoS와 LEDoS 두 축으로 기술이 양분되고 있다. OLEDoS는 해상도와 색표현력에서 강점을, LEDoS는 휘도와 수명에서 장점을 가지며, 각각의 기기 목적에 따라 선택된다.
결국 6G는 네트워크 속도의 진화를 넘어서, 인간-기계 간 인터페이스의 재정의를 의미한다. 3G에서 4G로 넘어갈 때 디스플레이가 중심에 있었다면, 6G에서 그 자리를 XR 기기와 디스플레이 기술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가 6G를 ‘느끼기’ 위해, 기술은 이제 XR이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
유비리서치 한창욱 부사장/애널리스트(cwhan@ubiresea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