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안의 살아있는 인터페이스, 스트레처블 마이크로 LED가 바꾸는 UX의 미래
디스플레이가 차량 인테리어의 한 구성 요소를 넘어 사용자 경험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인터페이스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술적 진화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기술이 바로 ‘스트레처블 마이크로 LED(Stretchable Micro LED)’다. 자유로운 곡면 적용은 물론, 신축성과 입체형 물리 조작까지 구현할 수 있는 이 디스플레이는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초기에는 유기 소재 기반의 스트레처블 OLED가 유력한 기술 후보로 연구되었다. OLED는 박막화와 자체 발광 구조에서 강점을 가지며, 수율 측면에서도 비교적 앞서 있었다. 하지만 OLED는 수분과 산소에 취약한 구조로 인해 TFE(Thin Film Encapsulation)가 필수인데, 이 인캡슐레이션층이 유연성과 연신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디스플레이가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인캡슐레이션 층이 갈라지거나 균일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실제 연신 가능한 OLED의 stretch ratio는 10% 이하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때 OLED 기반으로 진행되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연구가 최근 다시 Micro LED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추세다.

Stretchable OLED & Micro-LED
마이크로 LED는 무기물 기반 소자로 구성되어 있어 고온, 진동, 자외선 등 차량 내 혹독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2023년 삼성디스플레이는 11인치 스트레처블 마이크로 LED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stretch ratio 25% 수준을 시연했다.
그러나 스트레처블 마이크로 LED 역시 기술적으로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생산성이다. 마이크로 LED 칩을 수백만 개 단위로 정확하게 전사해야 하는데, 기판이 연신 가능한 소프트 소재일 경우 전사 정밀도 확보가 매우 어렵다. 또 다른 과제는 터치 및 조작성 구현을 위한 커버 융합 기술이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실리콘 고무와 같은 부드러운 기판 위에 구현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터치 감도나 내구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특히 정밀한 터치 인식이나 물리적인 조작감을 구현하려면, 글래스처럼 단단한 커버층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유연성과 강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하이브리드 커버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고탄성 경질 폴리머나 필름-글래스 복합 구조 등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실질적인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는 SID 2025에서 공개된 LG디스플레이의 ‘입체 인터페이스형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있다. 이 기술은 표면이 사용자 동작에 반응해 솟아오르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시각적 정보뿐 아니라 물리적 피드백까지 제공할 수 있는 HMI로 주목받았다. 또한 CES 2025에서는 AUO가 유사한 개념의 ‘입체형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이 디스플레이는 스트레처블 마이크로 LED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터치하거나 손을 올리면 디스플레이가 국부적으로 융기해 실제 버튼처럼 조작할 수 있다.

LGD 12-inch Stretchable Micro-LED@SID 2025

AUO 14.3-inch Stretchable Micro-LED @CES2025
자동차 인테리어는 점차 ‘디지털화된 조형물’로 진화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그 중심에서 실시간 반응성과 감성적 경험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트레처블 마이크로 LED는 단순히 늘어나는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자동차라는 물리 공간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입체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하지만, 커버 기판과 터치 일체화, 대면적 정밀 전사 기술 등이 완성될 경우, 이 기술은 미래 차량 내부 UX 설계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유비리서치 한창욱 부사장/애널리스트(cwhan@ubiresearch.com)